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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로그

아웃도어 활동 기록과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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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팀마이걸스의 지리산 바래봉 산행

봄과 여름 사이, 이맘때면 분홍빛으로 물들어가는 산이 있다. 바로 지리산의 서북쪽 능선에 위치한 바래봉이다.

바래봉은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과 닮았다 하여 바래봉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둥그스름하고 순한 산릉인 데다 정상 주위는 나무가 없는 초지로 되어 있다. 정상에 서면 지리산의 노고단,

반야봉 촛대봉, 맑은 날엔 멀리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능선은 팔랑치, 부은치, 세걸산,

고리봉, 정령치로 이어진다.


 바래봉은 지리산의 수백 개 봉우리 중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산이지만 전국 제일의 철쭉 군락지로 유명하다.

분홍빛 철쭉 소식에 꽃이라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간다는 꽃쟁이 팀마이걸스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황금연휴가

지난 5월 12일 주말, 산을 좋아하고 자연을 즐기는 11명의 역마살쟁이들을 소환했다.

 

모두 출발 전부터 설레하더니 지각한 사람 없이 10분 전 집결지에 도착해 지리산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모여 졸음이 몰려올 법도 한데 모처럼 화창하고 상쾌한 날씨에 기분이 들뜨는지 날씨를 주제 삼아

한참 동안 이야기를 이어갔다. 서울에서 지리산이면 꽤 먼 거리인데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까지 나누다 보니

지루할 틈 없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가장 먼저 맑은 공기가 우리에게 환영 인사를 건넸다. 아마도 미세먼지 횡포는 이 깊은 지리산

골짜기에도 어김없이 찾아 왔을 테지만 우리가 찾은 이 날은 지난 밤 다녀간 비바람으로 미세먼지가 대부분

자취를 감춘 후였다. 이게 얼마 만에 마셔보는 상쾌한 공기인지 맑은 공기를 저장이라도 하려는 듯 잠시 눈을

감고 숨을 여러 번 들이마셨다. 좀 있다가 눈을 떠서 하늘을 보니 수채화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파란 하늘에

피로마저 다 가시는 느낌이다.

산은 연둣빛, 초록빛으로 왕성한 기운을 자랑하고, 하늘은 모처럼 만에 말간 얼굴을 드러내 기분이 좋은 듯하다.

그 모든 자연을 누리듯 여유로운 흰 구름이 동실동실 떠간다. 시작도 하기 전인데 벌써 자연의 밝은 기운을 가득

받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오늘 느낌이 좋다.


하지만 오름 길을 만나니 기분과는 다르게 몸은 천근만근. 황금연휴의 여파인지, 오랜만에 진행되는 산행이라서

그런지 이내 숨이 가빠왔다. 하지만 서로 격려하고 도와가며 오르고 또 올랐다. 산행은 우리에게 이런 사소한

경험을 통해 배려와 인내를 가르쳐 주는 게 아닐까. 다행히 얼마 안 가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피톤치드 뿜뿜

뿜어낼 듯한 우거진 숲, 그리고 청아하게 노래하는 새들이 더위를 식혀주었다.

 



 얼마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랐을까. 고개를 들자 눈앞으로 하늘이 가까워지고 능선을 맛볼 세동치에 도착했다.

철쭉을 보러 온 등산객들이 벌써 만원이었다. 우리는 서둘러 분홍빛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능선에 접어

들자 탁 트인 시야로 명성에 걸맞은 울끈불끈한 근육질 능선들이 꽃을 장식 삼아 웅장하게 뽐내고 있다. 한동안

두 팔을 벌리고 바람을 느끼며 능선을 바라보다가 반대편 멀리 천왕봉을 감상하며 오르락내리락 개구쟁이 같은

산길을 탐험했다.


 


 눈으로 경치를 맛보았으니 이제 입으로 맛볼 차례! 연분홍빛 산철쭉 내려앉은 곳에 돗자리를 펴고 미리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다들 이른 시간 출발임에도 불구하고 아기자기한 예쁜 도시락을 준비했다. 예쁜

돗자리를 펴고 분홍 꽃 아래에서 먹는 도시락이 얼마 만인지, 소풍 온 기분이 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고 먹방을 시작했다. 조금 늦어진 점심 탓에 허겁지겁 먹긴 했지만 꿀맛이었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콧노래를

부르며 걷다 보니 바로 눈앞으로 분홍빛 언덕이 다가왔다.


 

꺄오!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꽃밭을 향해 달렸다. 멀리서 바라본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만개한 철쭉을 보기 위해

와있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은 사람의 마음은 다 같은가보다. 촘촘히 만개한 철쭉 사이로 삐죽삐죽 튀어나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재밌기도 했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우리도 얼른 달려가 꽃과 함께 사진

삼매경에 들어갔다.


 


지리산 철쭉은 생각보다 더 아름다웠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진한 분홍빛의 꽃잎을 뽐내며 피어있는 꽃,

그 뒤로 시원시원하게 뻗은 지리산의 능선. 이 멋진 광경을 또 언제 다시 보려나 싶어서 오랫동안 바라보고, 또

눈과 사진에 가득 담았다.










정신없이 촬영과 구경을 반복하다 보니 산악회 버스

시간이 촉박해졌다. 서둘러 하산 길에 올랐는데

발걸음을 붙잡는 이가 있었다. 걸을수록 나타나는

예쁜 꽃 군락지. 시간은 다가오는데 처음 보는 꽃

군락에 빠져 발걸음이 쉬이 옮겨지지 않았다.

마음속에선 사투가 벌어졌다. ‘안돼! 유혹하지 마!

지금부터 전력 질주할거다!’










짧지 않은 코스에 조금 힘들어하는 동무도 있었지만,

배낭도 나눠 짊어지고 서로서로 도와가며 무사히

하산을 완료했다. 서둘렀던 탓인지 출발시각을

넉넉하게 남기고 돌아왔지만, 축제가 진행되는

현장을 그냥 지나친 게 못내 아쉬웠다. 향긋하고

바삭할 것 같았던 두릅 튀김이 눈에 아른거렸다.

하지만 괜찮다. 즐거운 산행이었고, 모두 무사히

하산했으니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오늘도 팀마이걸스의 꽃 추격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 저희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쌓으러 떠나보실래요? 팀마이걸스와 함께 산행을 하고 싶으신 분들은

인스타그램(team_mygirls/ mygear_insta)을 찾아주세요.


 

 


글 사진 김혜연 마스코트  webmaster@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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