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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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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빛 바다 품에 안은 꽃섬으로 2016.12.27

마이기어 X 팀룬닥스 하화도 백패킹


  • 글 김유리 / 사진제공 마이기어
  • 승인 2016.12.27 18:15
  • 여수 앞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많고도 많다. 그중 참으로 어여쁜 이름을 가진 섬이 숨겨져 있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비밀의 섬, 하화도(下花島)가 그곳이다. 가을과 겨울 사이, 마이기어×팀룬닥스가 향긋한 꽃내음과 은빛 바다를 품에 안은 아랫꽃섬을 찾았다.

    새벽을 달려
    전남 여수시 화정면에 딸려있는 섬 중에는 ‘화도(花島)’라는 이름을 지닌 두 개의 섬이 있다. 위치에 따라 웃꽃섬이 ‘상화도’ , 아랫꽃섬이 ‘하화도’라 불린다. 섬 전체에 동백꽃, 선모초, 진달래꽃 등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핀 것을 보고 꽃 ‘화(化)’자가 붙어 이 같은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여수에서 하화도로 들어가는 길은 여수에서 배를 타야 한다. 하루에 여수 여객선터미널에서 두 편, 백야도 선착장에서 세 편이 운항되고 있다. 우리는 여수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기로 하고, 새벽 4시 반에 여수에 도착했다. 들뜬 마음으로 표를 끊는데 풍랑주의보로 내일 나오는 배가 뜨지 않을 수도 있단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하화도행 배에 올랐다. 빗줄기 때문에 기대했던 배 위에서의 일출은 볼 수가 없었다.

    동이 트고 배가 여러 곳을 거치는 동안 섬마을 주민인 할머니들이 배에 오르셨다. 몸집만한 배낭을 짊어진 젊은이들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시던 할머니들과 말동무가 되어 드리다보니 배는 어느덧 하화도에 닿았다.

    꽃섬에 입성!
    섬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바다의 짠내와 풀잎의 상쾌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누가 꽃섬 아니랄까봐 울긋불긋 야생화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이장님의 안내를 받아 해변가에 자리한 조그마한 야영장에 찾아갔다. 깔끔하게 정돈된 야영장과 화장실을 보니 하화도를 아끼는 마을 분들의 마음이 절로 느껴졌다.

    평평한 잔디밭을 골라 사이트를 구축했다. 새벽을 꼬박 새우고 달려와서인지 텐트를 치고 잠시 앉아있으니 졸음이 쏟아졌다. 모두 한 마음이었는지 다같이 낮잠을 자고 섬 트레킹에 나서기로 했다. 낮잠은 오래 가진 않았다. 다들 빨리 섬을 둘러보고 싶은 생각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이내 침낭을 박차고 나왔다.

    바다를 벗 삼아 꽃섬길 걷기
    하화도에는 바다를 벗 삼아 섬을 한 바퀴 도는 꽃섬길이 조성되어 있다. 둘레길의 거리는 총 5.7km. 마을 어귀에는 ‘꽃섬길’이라는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그리로 들어서는데 코끝으로 고소한 냄새가 스쳐갔다. 마을 부녀회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부추전 냄새가 솔솔 풍겼다. 새벽에 끼니를 해결한 것이 전부였던 팀원들은 은근슬쩍 마을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라도의 맛깔나는 음식솜씨와 싱싱한 해산물의 맛까지 마음껏 즐긴 후에야 다시 트레킹에 나섰다.

    초반부터 오르막이 시작됐지만 길 옆으로 피어있는 형형색색 꽃들을 바라보느라 힘든 줄도 몰랐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남해의 푸른 바다와 눈부신 야생화의 자태는 수채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우리는 한동안 멈춰 서서 그 놓치기 아까운 풍광을 눈으로 사진으로 담기 바빴다.

    꽃섬길은 구석구석 매력이 넘치는 길이었다. 나무로 둘러싸인 숲 속 길이 나오는가하면 위태위태한 바위 내리막이 나오기도 하고 넝쿨에 쌓인 능선을 따라 광활한 평지와 해안 절벽이 나타나기도 했다. 걷는 동안 BGM은 파도, 갈매기, 그리고 바람이 맡아주었다. 그렇게 한참 꽃섬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해안 절벽을 보여주는 전망대가 나왔고, 그 길로 곧장 하산했다. 이 길가에는 코스모스 동산이 드넓게 펼쳐져 있어 늦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끼게 했다.

    부디 오래도록 그 모습 그대로
    “꼬르륵”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느라 잊고 있던 배꼽시계가 울렸다. 준비해온 재료들로 간단히 식사 준비를 하고 ‘철썩철썩’ 파도 소리를 반찬 삼아 맛난 저녁을 함께했다. 따끈한 차 한 잔을 손에 들고 밤하늘의 별과 반짝이는 밤바다를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틈에 하화도의 밤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뱃고동 소리를 알람 삼아 잠에서 깼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어제 오락가락하던 빗줄기는 사라지고 화창한 날씨가 찾아왔다. “아쉽다! 배가 뜨겠네. 우리 하화도에서 나가야 해.” “그러게. 이 아름다운 곳을 두고 떠나야 한다니 슬프다.” 아쉬운 마음에 너스레를 떨었다. 섬에서 나갈 때는 여수 여객터미널이 아닌 백야도 선착장을 택했다. 아침식사를 하고 따뜻한 아침햇살을 잠시 즐긴 뒤 철수를 시작했다. 최대한 흔적 없이 주변을 정리하고 쓰레기도 잘 처리한 후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이장님을 다시 만났다. “백패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하화도를 찾는 이들도 늘어났어요. 섬을 찾아주고 좋아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쓰레기 문제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어요.” 이장님 말씀을 들으니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루 빨리 개념 있고 성숙한 백패킹 문화가 자리 잡아서 섬을 찾는 사람도, 그들을 맞이하는 사람도 모두가 즐거울 수 있으면 좋겠다. 부디 다음에 다시 하화도를 찾을 적에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

    글 김유리 / 사진제공 마이기어  webmaster@outdoornews.co.kr은빛 바다 품에 안은 꽃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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