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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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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이기어의 제주도 백패킹



| 잠시, 쉬어가기 프로젝트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의기소침하다. 잠시 쉬어가며 그동안 바쁘게 살아온 나에게 쉬는 시간을 주기로 한다. 많은 사람이 편안한 휴식하면 떠올리는 제주도로 배낭을 챙겨 떠났다.


 


봄을 맞아 북적거려야 할 공항이 한산하다.

덕분에 이동이 훨씬 수월하고 수속도 빨랐다. 이 상황을 좋다고 해야 할까. 북적거리며 조금 오래 걸려도 좋으니 어서 상황이 좋아지길 바라본다. 비행기가 한 시간쯤 구름 위를 떠돌다 제주에 도착했다. 바다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여전히 푸르다.


 


이번 여정은 장비를 최소한으로 챙겨 발길이 닿는 대로 움직여볼 생각이다. 공항을 빠져나와 한산한 곳에서 마스크부터 벗었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닿는다. 나쁜 바이러스를 모두 날릴 바람이었다.

제주라면 푸른 바다! 버스를 타고 월정리 해변으로 갔다. 눈으로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고, 코로는 짭조름한 바람 냄새를 맡고, 귀로는 철썩거리는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듣고, 피부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오감이 살아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해변을 걷다 보니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발길이 닿는 곳에 들어가 한치 떡볶이를 맛나게 먹었다.

점심 식사 후 야영지로 이동했다. 숲속에서의 하룻밤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가볍고 마음이 설렌다. 순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길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서울에선 볼 수 없는 나무들, 구멍이 송송 뚫린 돌담, 그 사이로 노랗게 피어있는 유채꽃. 일부러 유명관광지를 찾지 않아도 일상이 그림이고 휴식이다.


 


경치에 정신이 팔렸다가 오늘의 야영지인 서귀포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서귀포자연휴양림은 한라산 서쪽을 가로지르며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중문 관광단지를 잇는 환상의 관광코스 중심에 있다. 온대·난대·한대 수종이 다양하게 분포된 울창한 편백림에 산림욕장이 조성되어 있으며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시원한 개울물과 숲,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 겨울에는 설경을 관찰할 수 있는 제주도 최고의 휴양림이다.

산책로를 따라 야영장으로 들어갔다. 울창한 숲에 가지런히 놓인 데크를 조용히 걸으니 나무들의 청량한 기운이 온몸으로 타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로 움츠리던 세포들이 깨어난다. 눈과 코를 열고 상쾌한 공기를 담아본다.


 


오늘은 숲속 야영 데크를 이용할 예정이다. 조용한 숲속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새들의 소리 들으며 보내는 하룻밤. 일상에 지친 모든 이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짹짹짹, 삐롱삐롱 열심히 울어대는 귀여운 새소리에 눈을 떴다. 시원한 바람과 반짝이는 햇볕이 텐트를 비집고 들어왔다.

백패커의 단골 메뉴. 누룽지에 건조 미역국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흔적 없이 짐을 챙겨 바다를 향해 떠나본다.


 


오늘의 목적지는 금능 해변이다.

앞으로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지고 뒤로는 야자수가 우거진 금능 해변은 최고의 야영지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노랗게 물든 들판을 보고 다급하게 하차했다. 산방산이 올려다보이는 곳에 노란바다가 펼쳐진다. 인증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 유채꽃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다. 사진에 향기까지 담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유채꽃 향기에 취해 금능 해변에 도착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캠퍼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국내 캠핑과 백패킹 인구가 많이 늘고 있음을 실감한다.

나무 밑에 조용히 야영지를 구축했다. 조그만 유채꽃이 보이는 곳에 텐트를 설치한 나의 낭만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수상한 날씨가 구름과 바람을 몰고 와서 해변의 환상적인 일몰 감상은 실패했지만 텐트에서 바라보는 바깥은 마치 흑백 그림 같았다. 보고 또 봐도 멋진 풍경이다.


 


오늘도 그림 속에서 평화로운 밤을 보낸다. 바람이 텐트를 흔드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가볍게 아침을 챙겨 먹고 오늘도 어김없이 머문 자리 말끔히 정리한다. 비와 강한 바람 예보에 혹시나 결항일까 걱정했지만 우리는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왔다.

코로나19 우울해하거나 의기소침해지지 않고 시간을 자기에게 주는 쉼의 시간으로 생각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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