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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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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핑크빛 세상으로 들어가다



전남 장흥 사자산 철쭉 백패킹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거쳐 여름으로 가는 5월. 수줍은 새색시의 볼처럼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철쭉을 찾아 백패킹을 떠났다.

 


사자산은 장흥으로는 제암산, 보성으로는 일림산과 연결돼 철쭉이 장관을 이룬다. 세 곳 모두 아름다운 철쭉으로 유명하지만, 장흥과 보성의 산군을 함께 볼 수 있는 사자산이 그중 제일이다.


 


산행의 시작은 접근이 쉬운 제암산 주차장이다. 초입부터 오월의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걸었다. 온갖 나무들이 초록을 뽐내는 것은 물론 경사가 완만하고 코스가 짧아 쉬엄쉬엄 힘들지 않고 갈 수 있어 남녀노소 함께 하기 좋다. 무엇보다 산행 중 코끝을 자극하는 향긋한 꽃냄새와 사방에 피어있는 꽃들에 정신이 팔려 힘들 틈이 없다. 시원한 바람, 꽃향기,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 반짝거리는 새들의 노래, 중간중간 꺼내먹는 간식, 함께하는 동무. 그야말로 오감 만족이다.


 


조금씩 고도를 높이는 등산로를 따라 한두 시간 오르자 시야가 트이며 눈앞에 철쭉이 나타났다.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산을 찾는 사람이 줄어 한적한 산행이었다. 유난히 탐스럽고 아름다운 꽃들이 옹기종기 핀 모습에 눈치 없이 찾아온 우리가 조금 미안할 지경이었다. 머리 위를 가득 채운 철쭉 터널에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무거운 배낭도 가볍고 발걸음도 가볍게 느껴진다.

계속 이어지는 철쭉 고개를 넘을 때마다 하늘도 함께 바뀌었다. 안개가 가득 몰려온 철쭉 동산은 분홍빛이 더욱 짙어지고, 안개 한 점 없는 맑은 철쭉동산은 연한 분홍빛 능선과 초록빛 잎으로 장관을 이룬다.


 


철쭉 동산을 넘자 오늘 야영지로 점찍은 전망 데크가 나타났다. 길게 뻗은 철쭉 능선, 멋진 암릉, 바다, 파노라마처럼 사방으로 이어지는 첩첩산중에서 오늘 밤을 머문다.

야영지를 구축하자 서둘러 밤이 찾아왔다. 아름답던 낮과는 달리 어마어마한 강풍이 텐트를 뚫고 들어왔다. 그러더니 이내 비가 내린다.


 


새벽까지 잠잠해지지 않던 비바람은 멋진 일출로 우리의 산행을 보상해주었다. 동그랗고 찬란하게 떠오르는 일출도 멋지지만 구름에 살짝 가린 채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일출도 매력 만점이다. 일출을 만끽하고 서둘러 머문 자리를 철수한다. 우리에게 또 다른 꽃길이 남았으니까.


 


어제는 구름과 안개에 가려있던 하늘이, 오늘은 어느 때보다 파랗게 열려 어제와 다른 분위기를 내어준다. 해가 익을수록 따가운 햇볕이 얼굴이 콕콕 찌르고 배낭을 멘 등에서 땀이 콸콸 흐른다. 땀이 나니 벌레들이 윙윙 소리를 내며 날아든다. 벌레를 쫓느라 눈을 자꾸만 감고 손사래 치게 된다. 이렇게 무의식중에 나오는 행동들이 산행 중에는 위험할 수 있으니 초여름에는 벌레를 막아주는 버그넷을 준비하는 게 좋다.




올해도 더위가 일찍 찾아온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뽐내던 우리 계절이 점점 그 뚜렷함을 잃어가고 있음에 안타깝다. 항상 나를 반성하게 하는 산은 오늘도 나를 성장하게 한다.

찬란하게 아름답던 곰재봉의 핑크빛 능선을 끝으로 이번 백패킹 일정이 끝났다. 오늘도 아낌없이 아름다운 모습을 내어준 자연에게 감사하며 다음 일정에는 자연이 어떤 모습과 느낌으로 감동을 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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